|
아홉 골짜기 물이 모이는 곳
파계사(把溪寺)는 자칫하면 파계사(破戒寺)로 착각하기 쉽다. 팔공산의 지명이 참 재미있다는 것이다. 팔공이라는 이름부터가 화투칠 때 팔광을 연상시키고, 수태골은 수태(受胎)하는 골짜기라는 뜻이며, 파계사는 스님들이 계율 어기는 곳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파계사의 파계는 한자에서 보듯이 여러 골짜기의 물이 모인다는 뜻이다. 파계사에서 아홉 골짜기의 물이 모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파계사 입구는 동화사와 마찬가지로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식당 시설이 즐비하다.
매표소를 지나면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울창한 오르막 숲길이 이어진다. 도시 생활에서 찌든 먼지를 말끔히 씻어준다. 땀을 흘리며 파계사 바로 앞 연못까지 오르니, 물 속에서 노니는 잉어가 모든 번뇌를 잊어버린 듯 한가하다. 물이 아주 맑아 고기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다. 완류에 흔들리는 해조류처럼, 물결에 온 몸을 내맡기고, 지나가는 사람들이야 구름인양 바람인양 여긴다.
영조 대왕의 탄생과 인연이 있는 곳
파계사는 신라 애장왕 5년(804년)에 신라 헌덕왕의 아들인 심지(心地)왕사가 창건하였다. 선조 38년(1605년) 계관(戒寬)법사가 임진왜란 때 소실된 원통전을 재건하였으며, 숙종21년(1695년)에 현응(玄應)대사가 중수하였다.
특히 숙종은 왕자의 탄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현응대사에게 부탁하였는데, 이때 기도를 하여 태어난 왕자가 영조 대왕이라고 한다. 1976년 원통전의 목조관음보살상을 개금할 때 그 속에서 영조의 어의가 나왔다. 파계사 범종각 아래 있는 250년 된 느티나무를 영조임금나무라고 부르고 있으며, 원통전 뒤에 있는 기영각도 영조 대왕 탄생과 관련있는 전각이다.
번뇌는 실체가 없는 것
파계사의 본전은 원통전이다. 관음보살님을 모신 전각이다. 최근에 극락전을 제법 크게 만들어 놓았는데, 서쪽에 치우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것 같다.
절은 왜 하는가? 사람마다 한 가지씩 소원을 가지고 부처님과 보살님께 조르니 참 그분들도 바쁘실 것이다. 기도하고 절하고 염불하는 것은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원통전 주련(株聯)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觀音菩薩大醫王(관음보살대의왕) 甘露甁中法水香(감로병중법수향)
灑濯魔雲生瑞氣(쇄탁마운생서기) 消除熱惱獲淸凉(소제열뇌획청량)
관세음보살님은 의술의 왕이시라. 감로병 안에 든 법의 향기로써
마귀의 구름 씻어 내고 서기가 나게 하시며 모든 번뇌를 없애 편안함을 얻게 하시네
마귀나 번뇌는 무엇이며, 서기나 청량함은 무엇인가? 모두 마음이 만들고 마음이 씻어 내니, 본디 번뇌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선승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어
파계사에 딸린 암자는 현니암, 금당암, 성전암, 칠성암, 이렇게 네 개이다. 특히 이 중에서 성전암은 3대 선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쟁쟁한 선승들이 거쳐간 곳이다. 만공 선사와 그 제자인 박고봉 선사, 금봉 선사, 종정을 지낸 성철 선사, 서옹 선사, 법전 선사, 그리고 현재 살아계시는 철웅 선사가 모두 이 성전암에서 수도하였다.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보물 제1214호인 파계사영산회상도, 보물 제992호인 목조관음보살좌상 외에, 삼장보살도, 팔각석 등이 있다.
찾아가는 길
파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대구 동구 중대동에 위치해 있다.
시내버스 : 동대구역에서 101번 버스
승용차로 고속 국도를 이용하는 경우 중앙고속국도 칠곡 IC, 경부고속국도 동대구 IC를 이용한다.
|
조회 : 5,393
